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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여행스케치 62 - 보름달과 매화

2024.3, 부암동 명소 무계동에서

  • 입력 2024.03.26 13:38
  • 수정 2024.03.31 11:13
  • 기자명 엄길수 발행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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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 이월 보름달 뜨고, 막 핀 청매 향에 취하고.

2024.3, 부암동 명소 무계동에서, 이태호그림"

 

▲ 이태호 作, 면지에 수묵담채, 2024.3  ⓒ 이태호
▲ 이태호 作, 면지에 수묵담채, 2024.3  ⓒ 이태호

올해 정월 보름달은 비구름이 하늘에 가득한 하늘로 떴다. 지상에서는 달보기 어려웠다. 대신에 3월 24일 음력 2월 보름달을 도성 밖 부암동 무계정사 근처에서 맞이했다.

작년 정월 보름 무계동구(武溪洞邱) 주인 장창기 선생, 안동대 한문학과 신두환교수 등과 함께 자리했던 곳이다. (이태호의 여행스케치 19)

 

▲ 부암동 무계원의 청매화, 2024.3, 사진 이태호 
▲ 부암동 무계원의 청매화, 2024.3, 사진 이태호 

올해에는 이들과 이순신 연구자 노승석 선생 등 사내들이 어울려 보름달 월출 장면을 함께 감상했다.

주역에 밝은 노선생이 모두 화합하는 모임이라는 의미로 잔치 달 '연월(宴月)'이라 그 성격을 집약하니, 막 정년 퇴임한 신교수께서 매달 보름달과 만나잖다.

이번 보름달은 날씨도 쾌청해 좋았다. 여섯시 좀 지날 무렵, 파란 봄하늘에 하얀 달이 백악산 오른편 팔부능선쯤으로 소리없이 떠올랐다.

 

▲ 안평대군의 무계정사 근처 언덕에서 백악산 달맞이를 기다리는 사내들, 2024.3, 사진 이태호
▲ 안평대군의 무계정사 근처 언덕에서 백악산 달맞이를 기다리는 사내들, 2024.3, 사진 이태호

부암동 안평대군의 옛터인 무계정사 근처에서 보름달을 보려니, 마춤인 듯 무계원 뜰에 나이 먹은 청매(靑梅) 세 그루가 짙은 꽃향기를 뿜어낸다.

월매도를 몇점이나 시도해 보았다. 달과 매화, 옛 시인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물 소중이였다. 오만원짜리 지폐 뒷면에는 조선시대 문인화가 어몽룡의 <월매도>가 등장하듯, 그림이 돈도 됐음 좋겠다.

 

"노매가지 청매 꽃 피고, 꽃향기에  음력 이월 보름달 걸리고.

2024.3, 부암동 무계원에서, 이태호그림"

 

▲ 이태호 作, , 면지에 수묵담채, 2024.3 ⓒ 이태호
▲ 이태호 作, , 면지에 수묵담채, 2024.3 ⓒ 이태호

청매는 꽃받침이 연녹색이어서 붙친 이름이다. 백매나 홍매보다 꽃향기가 제일이고, 품위진다.

무계원에는 안평대군이 복사꽃밭 꿈을 꾸었던 곳인데, 청매화가 대신 자리해 있다. 무계원 전시실에는 안견이 1447년 4월 안평의 꿈 이야기를 그린 <몽유도원도> 복제본을 전시해 놓았다.

 

▲ 북악산 능선으로 떠오른 음력 2월 보름달, 2024.3, 사진 이태호
▲ 북악산 능선으로 떠오른 음력 2월 보름달, 2024.3, 사진 이태호

음력 2월 보름달, 곧 양력 3월 보름달의 의미를 검색해보니 북아메리카 문화에 warm moon이라 뜬다. '따뜻한 봄달'이라는 의미겠다. 원주민 농경문화에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봄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절이니 만큼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 행사를 벌인단다.

 

한학자 · 시인 정동운선생 7언시

題付岩洞武溪園梅花望月圖二幅(제부암동무계원매화망월도이폭)

부암동 무계원 보름달과 매화 그림 2폭에 쓰네

梅老新枝方醉香(매로신지방취향) 늙은 매화 새 가지 막 향기에 취하고,

仲春十五滿圓光(중춘십오만원광) 음력 2월 봄 15일 둥근 빛 가득하네.

戀心慕思層層積(연심모사층층적)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 층층이 쌓여,

宴月溪園動四郞(연월계원동사랑) 무계원(武溪園)에서 잔치 달이 네 사내들 흔드네.

 

한학자 · 시인 장재석선생 5언시

中春望月圓

이월 보름달은 둥글고

嫩枝靑梅姸

여린 가지의 청매는 곱구나

月梅常其樣

달과 매화는 늘 그 모습인데

會友非其面

모인 벗은 그 얼굴들이 아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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