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 연예인의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

'사유의 방 '··· 반가사유상 앞에서
국립중앙박물관

  • 입력 2023.12.28 11:01
  • 수정 2023.12.29 09:37
  • 기자명 엄길수 발행인 대표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이선균의 죽음이 안타깝다.
 

▲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두 분의 부처를 모시는 방이 있다. 

이 공간은 딱 두 불상을 위해 조성되었다. 감색의 벽과 검은 천장 그리고 비스듬한 공간은 살짝 어두운 조명 속에서 해탈의 순간을 연출한다. 

시공을 초월한 초현실의 감각을 일깨우며 반짝임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1,4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 앞에 있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된다.

넓은 타원의 마루 위에 널찍한 거리를 두고 자리 잡은 부처님들은 같은 자세와 표정, 하지만 결이 다른 양식과 풍모로 찾아온 사람들을 맞는다. 

 

▲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 ⓒ 국립중앙박물관
▲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 ⓒ 국립중앙박물관

천 사백 여년을 두 부처는 그렇게 고요히 앉아서 대중들을 기다렸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는 듯, 고뇌하는 듯,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듯,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 국보 제78호(좌) · 제83호(우)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 ⓒ 국립중앙박물관
▲ 국보 제78호(좌) · 제83호(우)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 ⓒ 국립중앙박물관

오랜 동안 부처는 완연하고 그윽한 미소로 힘든 중생에게 아수라( 阿修羅 : 탐욕) 너머의 세상을 약속했다.

연꽃같은 미소가 말하는 적멸(寂滅 : 생사의 큰 근심이 영원히 소멸했다는 뜻)의 세계는 아우성 가득한 세상속으로 희미해지고, 번뇌와 근심이 더더욱 깊어가고 있다.

욕망과 절망 속에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인생들에게 이 짧은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고(故) 이선균씨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오늘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한 연예인의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며,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검·경수사, 언론 보도 형태에 대한 분노를 넘어 개혁의 필요성을 통감한다. 

개혁은 위로부터 오지 않는다.

 

저작권자 © 바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